나무의 뼈를 본 적 있나요?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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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나와 남편은 모처럼 한라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우리가 택한 것은 ‘영실-어리목’ 코스였다. 생각보다 경사가 심하고 수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정상까지 빠르게 가는 코스였지만 역시 힘이 들었다. 그래도 걸음마다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풍경을 보는 것은 멋진 경험이었다. 바위 절벽과 나무, 오름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걸을수록 우리 곁을 둘러싸고 있던 나무들은 점점 줄어들었다.
한라산의 꽤 높은 고도까지 올라갔을 때, 구상나무 군락지를 만났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구상나무는 빙하기 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나무이다. 100년 전 우리나라에 왔던 외국 선교사들이 세계로 전파해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라산에서 직접 본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와는 달랐다. 잎을 전부 떨구고 가시 같은 뾰족한 가지들만 남은 허연 나무들이 있었다. 어떤 나무는 스산하게 서 있었고, 어떤 나무는 쓰러져 있었다. 그것은 뼈 같기도 하고, 시체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한라산이 척박한 환경이라 나무들도 살아남기가 힘들려니 생각했다. 찾아보니 한라산 서식지의 구상나무 90퍼센트 정도가 고사 중이었다. 90퍼센트……. 놀랍게도 제주만의 일이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고산지대에 사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등의 침엽수들이 우수수 죽어가고 있었다. 원인은 바로 기후온난화 때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겨울에는 쌓인 눈이 보온 효과를 만들어 기온이 내려가도 땅속 뿌리가 얼지 않고, 봄에는 얼은 눈이 녹으면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이 더워진 지금은 눈도 내리지 않고, 기온은 더욱 뜨겁고 건조해졌다. 게다가 해충들이 겨울 동안 죽지 않아서 나무를 더욱 병들게 한다. 이런 환경의 변화들이 구상나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어 결국 고사하게 되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지구의 환경을 구성하던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와 연결된 무수히 많은 고리가 끊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멸종하는 생물들을 기어코 지켜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지구를 위한 오늘의 실천:
3월 21일은 '세계 산림의 날'입니다. 주변에 있는 나무들에 관심을 가져보세요. 혹시 침엽수가 있다면 잘 관찰해보세요. 갈색으로 말라가는 잎들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기후온난화를 막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봅시다. 자가용 대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지구를 위한 작은 발걸음이 될 수 있어요.

2020.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