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고양이
달마음(문학에디터)
달로는 울산에서 KTX를 타고 왔다.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여러번 배변 실수를 했다는 달로는 이동장 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오는 도중 이동장을 탈출해 차도로 뛰어든 바람에 영영 잃어버릴 뻔했다고 입양자가 말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집밖을 보게 된 달로는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세살이 된 지금까지도 달로는 이동장을 끔찍하게 무서워한다.
집에 도착한 달로는 한동안 이동장에서 나오지 못했다. 안정을 찾고 저 혼자 밖으로 나올 때까지 나는 가만히 기다릴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달리의 반응이었다. 손바닥만 한 체구의 달로를 향해 ‘하악’ 소리를 내면서 경계했고 급기야 침대에 배변까지 하면서 불안함을 드러냈다. 함께 산 지 3년이 지났지만 둘은 지금도 사이가 좋지 않다.
함께 있고 싶지 않은 사람과 24시간 붙어 있어야 하는 상황. 달리를 이해해보려고 이런 가정을 해본 적이 있다. 풍기는 냄새도 싫고 다가오는 것도 싫고 밥 먹는 모습까지 꼴보기 싫다면, 매일매일이 얼마나 끔찍해질까. 고양이는 스트레스에 약한 동물이라서 달리는 그뒤 두번이나 입원했다. 처음은 가벼운 감기 정도여서 하루이틀 입원한 뒤에 나아졌지만 두번째는 상황이 심각했다. 만성 신부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이나 입원해 있었지만 차도는 없었고 수의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짧으면 몇주, 길어야 몇달밖에 살지 못할 거예요.
둘째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만 한동안 달로를 많이 미워했다. 초반에 파양했다면 달리는 아프지 않았을까. 아예 처음부터 둘째를 입양하지 않았다면 달리는 아프지 않았을까. 이런 가정들로 나 자신을 괴롭혔다.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반려동물이 아플 때는 스스로 자책하는 일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그게 상황을 좋게 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내가 힘을 잃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2017. 7. 7